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 어느 트럭운전사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
6시 20분 어김없이 나는 일어났다.
요즘은 알람이 울지 않아도 6시 근처에서 잠이 깨는 편이다.
이제 조금 습관이 자리잡아가는 모양이다.
아침기도와 말씀묵상을 마치고 여느 때와 같이 밖으로 나갔다.
바람은 세차게 불고 땅은 젖어있었다.
당장은 비가내리지 않아 걷기는 딱 좋아 보였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걸었다.
세찬 바람에 모자를 더 꾹 눌러써야 했다.
약 반마일을 걷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땀복의 모자를 쓰고 잠시 더 걸었다.
빗줄기가 세차 진다.
걷기를 멈추고 집 처마아래로 자리를 잡았다.
제자리 뛰기를 했다.
매일 아침 2마일을 목표로 걷기 때문에 2마일을 채우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을 준비하며 읽던 책을 마저 읽어나가고 있었다.
최근 아침식사를 하며 읽는 책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3이라는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류시화 시인이 옮기고 인빅투스에서 출판한 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 식사를 하며 주식방송을 틀어놨었는데 그걸 본다고 당장 변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주식방송은 나중에 몰아보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사고 팔 것도 아니고 동향만 살피는 것이니 급할 것이 없었다.
차라리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이 책에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주 많이 있다.
오늘은 특히 더 감동적인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한 남자가 죽음을 맞이하며 아내에게 쓴 편지는 그가 회상한 지난날들이 나와 오버렙되어 많은 울림을 남겼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증기선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산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산으로 표현된다.
알래스카 고속도로를 오가는 화물운반 트럭기사들의 목숨을 많이 앗아간 악명 높은 이 도로 옆은 까마득한 절벽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 트럭운전사는 그 절벽에 떨어져 얼어 죽기 전에 편지를 남겼다.
어느 트럭 운전사의 마지막 편지
사랑하는 아내에게.
어떤 남자도 이런 편지를 쓰고 싶진 않을 것이오.
그래도 나는 지금까지 수없이 잊어버리고 하지 못한 말들을 이제나마 할 수 있으니 참으로 행운아라고 할 수 있소.
당신을 사랑하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당신은 내가 당신보다 트럭을 더 사랑한다고 날 놀리곤 했소.
내가 트럭과 더 많은 시간을 동거하며 지낸다고 말이오.
물론 당신 말마따나 나는 이 쇳조각을 좋아하오.
이 놈은 나에게 충실했소.
내가 힘겨운 시간과 힘겨운 장소들을 통과하는 것을 이 놈은 지켜보았소.
거대한 양의 화물을 실으면서도 나는 이 놈에게 의존했고, 직선 코스에서는 이 놈이 한껏 속도를 내주었소.
이 놈은 지금까지 내 위신을 한 번도 떨어뜨린 적이 없소.
하지만 당신은 이것을 알고 있소?
똑같은 이유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 역시 내가 힘겨운 시간과 힘겨운 장소를 통과하는 것을 지켜봐 왔소.
우리의 첫 번째 트럭을 기억하오?
걸핏하면 고장이 났지만, 그래도 우리가 굶지 않을 만큼 돈을 벌어 준 그 중고 트럭 말이오.
그 트럭의 할부금과 세금을 내기 위해 당신은 밖으로 나가서 일자리를 구해야만 했소.
내가 버는 돈은 죄다 트럭으로 들어갔고, 당신이 번 돈으로 우리는 그나마 먹을 것과 비를 가릴 지붕을 가질 수 있었소.
나는 그 트럭에 대해 자주 불평을 했지만, 당신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소.
당신이 힘들게 번 돈을 길바닥에 깔아야만 했을 때도 난 당신의 푸념을 한 번도 들은 기억이 없소.
당신이 불평했다 해도 난 아마 당신의 불평을 듣지 않았을 것이오.
부끄럽지만 나는 당신을 생각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일에 너무 몰두해 있었소.
이제 나는 당신이 나를 위해 포기한 모든 것들을 생각하오.
옷, 휴가, 파티, 친구들과의 모임.....
당신은 한 번도 불평을 하지 않았고, 난 그런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소.
친구들과 앉아서 커피를 마실 때도 나는 언제나 내 트럭, 내 장비, 내가 내는 할부금 등에 대해 말했소.
당신이 비록 나와 함께 조수석에 타고 있지 않지만 당신이 나의 영원한 동업자라는 사실을 난 잊고 있었소.
마침내 우리가 새 트럭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나의 ㅣ노력보다는 당신의 희생과 결단력 덕분이었소.
내가 몰고 다니는 트럭에 대해 난 자부심이 대단했소.
나는 당신에 대해서도 주부심이 컸소.
난 당신이 당연히 그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소.
하지만 만일 트럭에 왁스칠을 하는 데 들인 시간의 절반만이라도 당신과 대화하는 데 바쳤다면
아마도 난 내 진실한 감정을 고백했을 것이오.
내가 도로를 달려온 지난 여러 세월 동안 난 당신의 기도가 나와 함께 달리고 있음을 언제나 알고 있었소.
하지만 이번에는 당신의 기도가 부족했던 모양이오.
난 부상을 입었고 몹시 상태가 좋지 않소.
이것이 내 마지막 운전이 될 모양이오.
이제 나는 더 늦기 전에 당신에게 진작에 수없이 말했어야 할 것들을 말하고 싶소.
내가 너무 트럭과 내 일에 몰두해 있느라 잊어버린 것들 말이오.
나는 지금 그동안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숱한 기념일들과 생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소.
내가 길 위에 있었기 때문에 당신 혼자서 가야만 했던 아이들의 학교 연극회와 하키 경기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소.
내가 어디쯤에 있고 일들은 잘 되고 있을까를 상상하며 당신 혼자서 보낸 그 숱한 외로운 밤들에 대해 나는 지금 생각하고 있소.
당신에게 매번 전화를 걸어 단순히 목소리를 듣고 안부를 물을까 생각했지만 무슨 이유들 때문엔가 난 그것을 잊어버렸소.
나는 또 당신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을 때 내가 느꼈던 그 마음의 평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소.
집안의 큰 모임이 있을 때마다 당신은 일가친척들에게 왜 내가 참석하지 못하는가를 설명하며 난처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소.
난 언제나 트럭의 엔진 오일을 교환하느라 바빴거나, 트럭을 정비하느라 시간이 없었거나, 아니면 다음 날 아침 일찍 떠나야 했기 때문에 잠을 자고 있었소. 항상 이유가 있었소.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것들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소.
우리가 처음 결혼했을 때 당신은 전구 하나도 갈아 끼우지 못했소.
그런데 이삼 년 만에 당신은 내가 플로리다에서 화물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혼자서 눈보라 속에서 아궁이를 수리했소.
당신은 아주 훌륭한 기술자가 되어 내가 트럭 수리하는 것을 도왔고, 당신이 직접 트럭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는 장미밭으로 후진했을 때 난 정말로 당신이 자랑스러웠소.
집 앞에 트럭을 주차시키고 들어가려다가 당신이 승용차 안에서 날 기다리다 잠이 든 것을 보았을 대 난 정말로 당신이 사랑스러웠소.
당신은 밤 두 시든 낮 두 시든 나한테는 언제나 영화배우처럼 보였소.
당신은 미인이오. 당신도 그걸 알고 있소?
난 당신에게 그런 얘길 한 적이 없지만 당신은 어떤 여자보다도 미인이오.
난 내 인생에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소.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잘 내린 결정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청혼을 한 것이었소.
당신은 트럭운전사의 생활이 어떤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나 역시 알지 못했소.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 되었고, 당신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소.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당신은 항상 그곳에 있어 주었소.
당신을 사랑하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하오.
내 몸은 지금 큰 부상을 당했소.
하지만 내 가슴은 더 많은 상처를 입었소.
내가 이 여행을 마쳤을 때 당신은 그곳에 없을 것이오.
우리가 함께 살기 시작한 이래로 이제 나는 정말로 처음 혼자가 되었고, 그것이 겁이 나오.
난 당신이 무척 필요하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는 걸 알고 있소.
재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것은 이 트럭뿐이오.
우리의 삶을 그토록 오랫동안 지배해 온 이 망할 놈의 트럭 말이오.
내가 그토록 여러 세월을 함께 살아온 이 찌그러진 강철 덩어리...
하지만 그것은 내 사랑을 돌려줄 수 없소.
오직 당신만이 그것을 할 수 있소.
당신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지만 당신이 이곳에 나와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소.
난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소.
하지만 난 마지막 달리기를 혼자 끝마쳐야 하는 것이 겁이 나오.
아이들에게 내가 세상의 누구보다도 사랑한다고 전해 주시오.
그리고 어떤 아이도 트럭을 몰아 생계를 유지하도록 하진 마시오.
시간이 다 되었다는 걸 느끼오.
당신을 사랑하오.
당신 혼자서 살아갈 날들이 걱정될 뿐이오.
내가 이 생에서 어떤 것보다 더 많이 당신을 사랑했음을 항상 기억하시오.
난 단지 그걸 말하는 걸 잊고 있었을 뿐이오.
당신을 사랑하는 빌,
1974년 12월.
이 트럭운전사의 편지를 읽으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티슈를 가져다 눈물을 훔치는데 엘리스가 내 감정을 알아차렸는지 끄응~댄다.
비록 트럭운전을 하며 사선을 넘나들지는 않았지만 먹고살기 위해 그 트럭기사 만큼이나 바쁘게 살아왔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의 아내가 겪었을 모든 고통과 외로움의 시간을 견뎌왔을 아내가 떠올랐다.
자기가 가장 힘들 때 아빠는 가게에만 매달리고 있었다고 말하던 이제는 다 자라 버린 딸아이의 말이 떠올랐다.
가끔 앨범 속 사진을 보며 즐겁게 웃고 있는 아내와 딸과 아들의 사진을 보며 내 빈자리를 서운해했던 나의 못남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준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표현해야겠다.
마침 아이들도 추수감사절 연휴 때문에 집에 왔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지금까지 내가 꺾이지 않고 살아온 것은 나의 아내 내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는 삶의 가장 큰 행복은 우리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온다는 말을 했다.
나는 행복하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삶의 가장 큰 행복을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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