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있어야 보이는 것.
매일 아침 같은 길을 30여분 간 걷는다.
집에서 나와 동네 오른쪽 끝 내가 정한 반환점 까지는 0.15마일 정도의 거리다.
집에서 왼쪽 반환점은 0.1마일 정도.
집에서 오른쪽 반환점을 통과하여 왼쪽을 돌아 집을 지나면 0.5마일.
매일 같은 길을 4바퀴에서 5바퀴 사이를 걷는다.
매일 같은 길을 걷는데도 주변환경은 작고 사소한 변화들이 많이 일어난다.
낙엽의 배치가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구름의 모양이나 형태도 변한다.
내가 알지만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작은 변화들이나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이 같은 시간 한걸음 한걸음 사이에도 변하고 바뀌는 것이 삶이라는 시간의 선이다.
오늘은 그동안 알면서도 실감하지 못했던 거리에 대해 생각하며 걸었다.
오른쪽 반환점 너머로 공장 굴뚝이 하나 있는데 걸으며 보였던 그 굴뚝은 가까워지면 보이지 않는다.
내 눈앞을 가리는 나무들 때문이다.
떨어져 있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소리다.
때론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
그리고 때론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100미터 미인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나는 아침 걷기를 하는 동안에는 안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손인사를 하는데 인사를 받지 않는 이들에게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때론 잘 안 보이거나 잘 모를 때가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오늘 몇 달 만에 처음 전화기를 가지고 걸었다.
아침마다 보는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글로만 남기자니 조금 허무한 것 같아 사진이라도 한 장씩 찍어보기로 했다.
한 작은 나무가 아침햇살을 받으며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너무 예뻐 보여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안경을 쓰지 않고 바라본 그 풍경과 사진 속 풍경 그리고 가까이 가서 바라본 나무의 모습은 다 달랐다.
실상은 겨울이 다가오며 첨병으로 보낸 칼바람에 메말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것은 멀리서 봐야 보이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은 떨어져서 봐야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
우리는 살면서 거리조절에 실패해 많은 아픔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해 함부로 다가오는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하며, 반대로 내가 다가서다 아픔을 겪기도 한다.
또한 발생한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으며 힘들어하기도 한다.
어떤 문제가 벌어지면 거기서 조금 떨어져 관찰해 보면 해답이 나올 때가 많다.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교수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재밌는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문제를 낸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접한 학생들 중 밖에 나가 잠시 산책을 하다 온 학생들은 그 문제를 풀 확률이 높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즉 잠시 문제로부터 떨어졌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문제들에도 적용이 된다고 본다.
대부분의 훈수가 그렇지 않은가?
조금만 떨어져 보면 절묘한 한수가 보일 텐데 우리는 고개를 처박고 가까이서 문제를 해결하려다 시기를 놓치거나 아예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힘들고 어려울 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잠시 돌아본다면 어쩌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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