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16회 열린 결말 손석구가 술 마시는 이유, 김지원 뜨거운 여자, 결말의 의미
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 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 소생기 '나의 해방일지'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이며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미국 현지시간 5월29일 넷플릭스로 공개된 JTBC 토일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연출:김석윤, 극본: 박해영, 제작 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SLL)는 뜨거운 관심과 호평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최종회의 시청률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는데요 수도권은 무려 7.6% 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1회 방송 시청률이 2.9%(닐슨코리아 기준)였으니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6회에서는 염씨 삼 남매의 첫째 염기정(이엘 분)은 남자 하기를 자처하며 조태훈(이기우 분)과 끝까지 행복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며 해방 일지를 마감했습니다. 간장종지에 담겨있던 장미가 안쓰럽기는 했지만 말이죠.
둘째 염창희(이민기 분)은 또 한 번 운명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한 명의 임종도 지키기 힘든데 4명의 임종을 지킨 창희는 어떻게 보면 장례지도사의 길이 정말 자신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산 같다, 산으로 돌아가겠다 했던 창희는 무욕의 끝판왕으로 해방보다 더 큰 해탈을 한듯해 보였습니다.
셋째 염미정(김지원 분)은 자신의 기억과 다른 어린시절의 염미정을 조우하고 자신이 얼마나 뜨거웠던 사람인지 기억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면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며 나의 해방 일지를 완성하기로 합니다.
한편 구씨가 매일매일 술을 마시는 이유가 드디어 명쾌하게 밝혀졌습니다. 눈뜨자마자 몰려오는 이들 때문에 마셔야 하고 행복 뒤에 찾아올 불행이 두려워 또 마셔야 하는 구 씨도 미정이라는 언덕에 기대 등 비비며 조금씩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며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간략한 16회 마지막회 줄거리 후 나머지 이야기들 더 풀어가 보죠.
어색한 조우
기정과 태훈은 점심시간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됩니다. 기정이 쇼트커트를 한 후 첫 대면이었죠. 이때의 어색한 조우가 어느 지점까지 계속 불안요소로 남았었지만 결과는? 네 해피였습니다.
미정도 해방클럽 동기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정찬혁을 발견하고 어색하게 지나칩니다. 그 얼굴에 불편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미정은 아직 해방의 진행형이었죠. 해방 클럽은 '나의해방일지'의 출판 제안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근데 해방일지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라 공개하기 꺼려하죠? 그들은 해방일지를 시작할 때의 기분을 만끽해봅니다.
순간순간 뭉클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멀하게 살고 있지만 일지를 쓰기 시작하던 시점엔 가슴에 뭔가를 품고 사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근데 저도 그 느낌을 알것같은건 왜일까요?
조태우는 해방일지를 쓰며 자신의 힘겨움의 원인을 짚었다고 말합니다. 실상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원인을 알면 어떻게든 방법이 찾아지니까요. 문제는 늘 문제를 모른다는 문제에서 시작하는 게 문제였으니까요.
정리
신 회장은 구 씨에게 현 사장은 이제 정리하자 말합니다. 자경은 현진이 게임하는 도박장을 찾아가 마지막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차 안에 있던 자경은 환청을 들으며 하나씩 고장 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미정을 만난 구 씨는 손떠는게 먼저일 줄 알았는데 귀가 먼저 맛이 갔다며 자신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립니다.
"술꾼도 아침부턴 못 마신다던데" 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미정은 맨 정신이 왜 힘든데? 라며 구 씨가 계속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를 묻습니다. 문제를 파악하겠다는 거죠.
자경은 정신이 맑으면 지나온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온다며 잠자다 일어나면 그들이 한놈 한놈 끝도 없이 몰려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머릿속으로 다 작살내고 쌍욕을 하고 그렇게 한 시간을 앉아있으면 지치고 몸에 썩은 물이 도는 것 같아 일어나 마신다고 하죠. 그러면 그들이 다 사라진다고 합니다.
"몰려오는 사람 중에 나도 있었나?" 그저 웃지요. 구 씨는 대답 대신 그냥 웃습니다. 이거 긍정이죠?
미정은 자경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해줍니다. 미정에겐 수많은 개새끼들이 있었던 것이죠. 자고 일어나 이를 닦는데 화가 나있는 자신이 구 씨와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합니다.
"그 새끼는 나한테 돈을 다 갚으면 안 돼" 미정은 그 새끼가 얼마나 형편없는 놈인지 오래오래 증명해 보일 거라 말하지만 "그래서 내가 힘이 없는 거야, 누군가의 형편없음을 증명하기 위한 존재로 나를 세워 놨으니까" 라며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형편없는 놈이라고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인간들 중에 나도 있었냐?" 이번엔 구 씨가 묻죠.
"당신은 내 머릿속에 성역이야" 미정은 자경을 건들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말합니다. 자기에게서 문제를 찾는 게 너무 괴로우니까 떠난이들을 다 개새끼로 만들었다는 미정은 구 씨만은 예외였다 말합니다. 그저 인간대 인간으로 응원만 할 거라고 결심하고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감기 한번 걸리지 않기를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 하루도 없기를" 구 씨가 미워질 것 같으면 이렇게 빌고 욕하고 싶을 땐 얼른 "정찬혁 개새끼"라고 했다는 미정. 돈을 다 갚으면 누굴 물어뜯지 하며 돈을 다 갚을까 봐 걱정한다는 미정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네요.
염 씨 삼 남매는 아버지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산포로 행차했습니다.
그리고 염제호가 아이들을 해방시키고자 자신이 재혼을 강행했을 거라는 저의 생각과 다르게 창희가 나서서 성사를 시켰던 것이었더군요.
오랜만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창희는 자신이 군 고구마 기계사업을 접게 된 원인은 끝까지 밝히지 않지만 나중에 예상했던 흐름대로 진행이 되더군요.
눈을 보며 서있는 구 씨는 오늘 1초도 설레는 일이 없었는데 막판에 설렌다며 걸어가겠다 말합니다.
삼식은 감기 걸린 다며 차에 따라고 하지만 구 씨는 감기 안 걸린다며 '미정신'의 가호를 맹신합니다. 그러다 감기 걸리면 마이아파!
미정은 어렸을 때 일기를 보며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네요. 기정은 새엄마와 나란히 앉아 내리는 눈을 보며 힐링을 하고 다들 고향에서 치유받는 모습을 보여줘서 참 좋았습니다. 전 이 일기 보는걸 보면서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게 들더군요.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질되고 오염되기도 하는것 같아요.
창희는 군 고구마 기계 테스트가 있던 날 혁수를 찾아갔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임종을 지키느라 기회는 날아가버렸죠. 하지만 그는 묵묵히 그때 그 순간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현아와도 편하게 만나는 만나는 창희 둘은 정말 어떻게 될까요?
기정의 머리 때문에 불안했던 태훈은 "안 떠나요 못 떠나요"라고 하는 기정을 보며 안도합니다.
사실 기정도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었죠. 태훈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헤어지는 생각만 해도 막 팔이 저린다는 기정.
이에 태훈은 자신이 왜 임신이 아니라는 소리에 다행이라 했는지 변명합니다. 그리고 기정이 "나 남자 할게요"라고 폭탄선언을 하며 다시 화기 애매해집니다.
미정은 다시 한번 정찬혁과 마주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를 대하는 미정의 태도는 좀 변해있었습니다. 지난번과 다르게 표정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런 미정을 구 씨가 또 마중 나왔네요. "염미정 ~! "
미정은 역시 산포에서 읽었던 일기장에서 자신이 얼마나 뜨거운 여자였는지 알게 됐다며 기뻐합니다. 이에 구자경은 "몰랐냐? 너 뜨거워" 라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깁니다.
현재의 평안과 행복도 불안해 불행을 끌어다 막는다는 자경의 대사가 참으로 절절했다. 정말이지 다섯 걸음도 되돌아갈 힘이 없어 비를 쫄딱 맞았다는 말은 한때 같은 경험을 했던 우공과 싱크로율이 너무 같아 놀랍기도 했었다.
행복이 두렵다는 구 씨의 이야기를 듣던 미정은 자경이 이쁘다고 합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지긋이 바라보는 자경에게 "그렇게 환대해"라며 아침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환대하라 하죠.
기정과 태훈의 장미 에피소드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태훈이 건넨 계란빵 봉지 안에 있던 줄기 하나. 그건 술에 취해 꽃봉오리가 떨어져 버린 것도 모르고 건넨 태훈의 마음이었습니다. 기정은 문 앞에 떨어져 있던 장미 봉우리를 간장종지에 넣고 안 쳐다보면 더 빨리 시들까 봐 눈을 떼지 못하는 그런 여자 기정.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웠던 기정이라는 캐릭터를 이젠 못 본다고 하니 많이 아쉬워지더군요.
창희는 또다시 운명적인 발걸음을 합니다. 서울 풍수를 배우려 갔던 창희는 사람들에 떠밀려 장례지도사 교육을 받는 강의실에 들어가게 됩니다. 첨엔 어리둥절 듣고 있다 자리를 뜨려 했지만 '장례는 한 사람의 마지막 생의 마침표를 잘 찍게 해주는 이벤트 같은 거'란 말에 이게 운명이다 싶었는지 자리에 남기로 하죠.
'해방 클럽' 멤버들도 다시 모이기로 하며 슬슬 결말을 준비해 나갑니다.
제작진들도 시청자의 아쉬움을 안다는 듯 휘버스의 '그대로 그렇게'를 들으며 삼식과 자경은 이동 중이었습니다.
'그대로 그렇게'는 1978년도 노랜데 삼식이가 이걸 틀었다는 게 참....
그렇게 들뜬 분위기가 현진의 사업장만 가면 반전됩니다.
도박빚을 받으러 온 빚쟁이들이 사업장을 장악하고 있었죠. 여기서 화려한 액션씬이 보입니다. 하지만 발암 캐릭터 현진이 자신을 구해준 자경을 가격하고 도주하며 참 씁쓸한 결말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죠. 삼식이도 정말 그대로 가버리는 줄 알았지만 다행히 살아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자경은 현진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기는데 아침부터 쌍욕 하게 만드는 사람들 중에 형도 있지만 환대할 거라며 살아서 보자고 합니다. 그리고 돈가방을 챙겨 나가는 자경.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꼬마숙녀를 보며 7초 설렘. 술병을 꺼내다 딸려 나온 500원짜리 동전이 굴러 하수구에 빠지는 줄 알았지만 덮개 위에 걸려있는 행운을 받아들이며 술병은 노숙자에게 놓고 걸어가는 자경.
시궁창에 빠지지 않고 아슬아슬 걸터앉은 동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듯 자신도 아직 완전히 시궁창에 빠진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나 미쳤나 봐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마음에 사랑밖에 없어
그래서
느낄게 사랑밖에 없어
미정은 이렇게 사랑으로 가득체웠졌고 그 사랑은 구자경을 한발 한발 어렵게 어렵게 미정으로 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렇다 할 결말은 없었지만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미정과 술병을 노숙자에게 줘버리고 한발 한발 행복을 향해 내딛는 그의 걸음이 계속되고 있는 걸 보여주며 열렸지만 모두를 채워주는 결말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추앙'이라는 낯선 단어 때문에 나의 해방일지가 낯설게 느껴졌었는데 갈수록 그 추앙이라는 단어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어떨 땐 나도 모르게 '나의 해방 일지'라는 제목 대신 '나의 추앙 일지'라고 적어놓고 글을 써나가다 나중에 고친 적도 여러 번 있을 정도였습니다. 또 구 씨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너무 멋지게 보여준 손석구라는 배우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죠. 다른 배우분들도 정말 열연을 해주셨었는데요. 진솔한 모습이 더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었던 기정을 연기한 이엘이라는 배우도 기존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 깜짝 놀랐었습니다.
이민기와 김지원의 연기는 뭐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그리고 천호진, 이기우, 박수영 등 나의 해방 일지 출연진 모두의 열연으로 16부작을 다 볼 때까지 참 좋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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